여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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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진주」
지난 주말에는 동네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두 근을 떼서 먹었다. 수육용이요, 비계는 싫어요, 했을 뿐인데 돌인지 고기인지 알 수 없는 돼지가 몸을 털었다. 이번 주말에는 기차를 타고 진주에 갔다. 옆자리에는 지난번 그 정육점 주인이 탄 것 같은데 그때 감히 따지지 못했던 고객으로서의 품위와 권리 같은 것이 떠올라 백정처럼 분해지는 것이다. 진주에 도착할 때까지 분한 마음으로 졸다가, 창밖을 보다가 했다. 왜 질긴 돼지고기를 성토하지 못했단 말인가. 졸리지도 않으면서 눈꺼풀을 닫은 채 진주에 닿았다. 작년 여름에 누구는 회사에서 노조를 만들다 보기 좋게 실패했다. 돼지고기에 술추렴하며 몸을 털었다. 진주에 도착하니 남강이 보이고 강에서 부드러운 비계 같은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정육점 주인이 날아가고 없다...
2021.01.03 -
서효인 「부평」
처음 가본 도시에서는 두리번거리게 된다. 높게 쌓아 올린 어떤 냄새가 정수리를 잡아당긴다. 그곳은 버스의 도시였다. 다친 무릎에 빨간약을 바르듯 버스는 도로를 물들였다. 해가 강을 넘어 바다에 닿을 때 사람들은 투명한 무릎을 벤 채 눈을 감았고 곧 떠야 했다. 부평이었다. 고개를 들면 점점 커지는 욕망들이 걷잡을 수 없는 몸짓을 하고 정수리에 침을 뱉었다. 서쪽으로 아니 동쪽으로 그 가운데에서 우리는 빨갛게 물들어간다. 정수리가 사나운 시절을 지나 빨간 속살을 드러낼 때까지 우리는 두리번거린다. 모든 도시는 초행이다. 냄새가 난다. 넘어지는 사람들이 버스 손잡이를 잡고 침을 삼킨다. 소독약이 도로를 빨갛게, 무릎 그리고 닫은 눈꺼풀 사이로. 서효인, 여수, 문학과지성사, 2017
202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