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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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실존하는 기쁨
황인찬 / 실존하는 기쁨 그는 자꾸 내 연인처럼 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와 팔짱을 끼고 머리를 맞대고 가만히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아는 사람을 보았지만 못 본 체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지만 확신은 없다 아파트 단지의 밤 가정의 빛들이 켜지고 그것이 물가에 비치고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검게 타들어 가는데 이제 시간이 늦었다고 그가 말한다 그는 자꾸 내 연인 같다 다음에 꼭 또 보자고 한다 나는 말없이 그냥 앉아 있었고 어두운 물은 출렁이는 금속 같다 손을 잠그면 다시는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황인찬 / 실존하는 기쁨 (황인찬, 희지의 세계, 민음사, 2015)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8.20 -
차도하 / 침착하게 사랑하기
차도하 / 침착하게 사랑하기 몸에 든 멍을 신앙으로 설명하기 위해 신은 내 손을 잡고 강변을 걸었다 내가 물비린내를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 빛과 함께 내려올 천사에 대해, 천사가 지을 미소에 대해 신이 너무 상세히 설명해주었으므로 나는 그것을 이미 본 것 같았다 반대편에서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걸어왔다 . 저를 저렇게 사랑하세요? 내가 묻자 신은, 자신은 모든 만물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저만 사랑하는 거 아니시잖아요 아닌데 왜 이러세요 내가 소리치자 . 저분들 싸우나봐, 지나쳤던 연인들이 소곤거렸다 . 신은 침착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는 신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강을 보고 걷는다 강에 어둠이 내려앉는 것을, 강이 무거운 천처럼 바뀌는 것을 본다 . 그것을 두르고 맞으면 아프지만 멍들지는 않는다 ...
2020.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