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 실존하는 기쁨
2020. 8. 20. 10:02ㆍ同僚愛/황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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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실존하는 기쁨
그는 자꾸 내 연인처럼 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와 팔짱을 끼고 머리를 맞대고
가만히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아는 사람을 보았지만 못 본 체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았지만 확신은 없다
아파트 단지의 밤
가정의 빛들이 켜지고 그것이 물가에 비치고 있다 나무의 그림자가 검게 타들어 가는데
이제 시간이 늦었다고 그가 말한다
그는 자꾸 내 연인 같다 다음에 꼭 또 보자고 한다
나는 말없이 그냥 앉아 있었고
어두운 물은 출렁이는 금속 같다 손을 잠그면 다시는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황인찬 / 실존하는 기쁨
(황인찬, 희지의 세계, 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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