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희 / 저물녘의 일
고주희 / 저물녘의 일누워서 멀어지는 구름을 보았을 뿐인데눈물이 났다보이지 않는 파동이 긴 고해처럼 흘렀다제지기오름에서 솟구치던 맥박의 떨림가슴을 치고 때리는 나직한 소리바람에 의연한 나무와 필사적으로 흔들리는 나뭇잎들곳곳 마음인가 싶어 눈을 감았다감아도 흐르는 얼굴 위를초여름 감기처럼 잠시 멈출 수 있다면이제 정말 다 왔다며 손을 이끄는슬프고 다정한 예감 앞에아무것도 할 수 없어바람 소리 멀어지고나는 지친 새처럼 앓고 있다누군가 급히 길을 내려가고예고 없이 몰려오는 먹구름동공에 맺힌 서로의 폭풍을 마주하며이미 젖은 사람의 입술에내 모든 걸 걸었었다 고주희 / 저물녘의 일(고주희,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파란, 2019)https://www.instagram.com/do..
202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