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효 「앙드레 브르통의 말」
아침에 벨이 울려 복도가 깬다고 할 수 있을까 이별의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그림자를 밟았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장밋빛 비누 받침, 수평적이고 안전한, 그러므로 스페인 소년이 등장할 것 같고, 문을 두드리며 입속에 맴도는 말을 뱉다가, 리볼버 총탄이 떡갈나무에 구멍을 낼 것 같고 경찰이 와도 멈추지 마, 나는 중얼거리며 스페인 소년의 정지된 입술을 한참동안 지켜본다 해가 지는 방, 뜨거운 사과, 오븐 속에 넣어둔 비명, 마을 사람들이 안뜰에다 올가미를 설치해놓는 이미지, 그런 의혹이 부풀어 올라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스페인 소년의 걸음은 내 앞을 지나치기 때문에, 나는 낮잠에 빠져들어야 한다 가령, 소파 팔걸이를 짚고 잠에 드는 모습, 커튼 뒤로 숨은 소년의 발가락을 밟고 모른 체 하는 불친절함, 자동차 경..
2022.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