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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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지 「기침」
1 앉아 무릎을 감싸면 팔 안쪽에서 웃자라던 차가운 언어들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삼켜야 하는 기침처럼 서둘러 지운 다짐들을 혼자 손끝으로 몰래 닦아보면 따뜻한 비가 우리의 온도와 맞는다는 인사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고 사람들이 실은 아름다운 것을 늘 사랑했다는 기침 같은 고백일 수 있겠다 단지 어느 너머에 발 디딘 날 2 가장 기분좋은 표정을 짓고 누가 봤을까봐 세계를 기웃 보며 서둘러 기분을 잃어버렸다고 미안하다고 한 번쯤 말해줘야 할 내가 많은 꿈에 있다 그늘에서 마르지 못한 기분이 기침으로 나왔다고 고백해도 좋다면 그런 낮에는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웃는 아이의 얼굴이 신 같았다 김향지, 얼굴이 얼굴을 켜는 음악, 문학동네, 2021
2021.06.06 -
이현호 「붙박이창」
그것은 투명한 눈꺼풀 안과 밖의 온도 차로 흐려진 창가에서 "무심은 마음을 잊었다는 뜻일까 외면한다는 걸까" 낙서를 하며 처음으로 마음의 생업을 관둘 때를 생각할 무렵 젖는다는 건 물든다는 뜻이고 물든다는 건 하나로 섞인다는 말이었다, 서리꽃처럼 녹아떨어질 그 말은. 널 종교로 삼고 싶어, 네 눈빛이 교리가 되고 입맞춤이 세례가 될 순 없을까 차라리 나는 애인이 나의 유일한 맹신이기를 바랐다 잠든 애인을 바라보는 묵도 속에는 가져본 적 없는 당신이란 말과 곰팡이 핀 천장의 야광별에 대한 미안함이 다 들어있었다 그럴 때 운명이란 점심에 애인이 끓인 콩나물국을 같이 먹고, 남은 한 국자에 밥을 말아 한밤에 홀로 먹는 일이었다. 거인의 눈동자가 이쪽을 들여다보는 듯 창밖은 깜깜, 보풀 인 옷깃 여미며 ..
2021.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