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용 / 아내가 운다
임성용 / 아내가 운다 막걸리를 마시고 아내가 운다 적금통장과 육십 만원 월급을 내놓고 혼자, 새벽까지 운다 나는 그 울음 곁에 차마 다가설 수 없다 눈물을 참으라고 등 다독이며 함께 울어주거나 손수건을 건넬 수 없다 그것은 너무 뻔한 위선이라서 말없이 이불을 쓰고 잠자는 척한다 미안하다는 말이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자는 말이 더 불행한 약속임을 왜 모르겠는가 애초에 나 같은 사람 만나지를 말지 억지를 부리면 부릴수록 하나씩 부러지는 아내의 뼈 진짜 아픈 건 뼈마디에 도사린 꿈이다 울음 눈물 참고 죽을 때까지 허약한 꿈을 믿고 산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악몽인가 차라리 악다구니를 쓰고 멱살을 잡고 집을 뛰쳐나가 끝장을 내는 것보다 밤새 흐느껴 운 아내가 씽크대 서랍에 약봉지를 숨겨놓고 또 아침이..
2020.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