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용 / 아내가 운다

2020. 4. 30. 17:06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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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용 / 아내가 운다

막걸리를 마시고

아내가 운다

적금통장과 육십 만원 월급을 내놓고

혼자, 새벽까지 운다

나는 그 울음 곁에 차마 다가설 수 없다

눈물을 참으라고 등 다독이며

함께 울어주거나 손수건을 건넬 수 없다

그것은 너무 뻔한 위선이라서

말없이 이불을 쓰고 잠자는 척한다

미안하다는 말이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자는 말이

더 불행한 약속임을 왜 모르겠는가

애초에 나 같은 사람 만나지를 말지

억지를 부리면 부릴수록

하나씩 부러지는 아내의 뼈

진짜 아픈 건 뼈마디에 도사린 꿈이다

울음 눈물 참고 죽을 때까지

허약한 꿈을 믿고 산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악몽인가

차라리 악다구니를 쓰고 멱살을 잡고

집을 뛰쳐나가 끝장을 내는 것보다

밤새 흐느껴 운 아내가

씽크대 서랍에 약봉지를 숨겨놓고

또 아침이면 일하러 나갈 때

나는 솔직하지 못한 그 꿈이 두렵다

 

 

 

임성용 / 아내가 운다

(임성용, 하늘공장, 삶창, 2007)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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