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규 / we all die alone
최백규 / we all die alone 가난한 애인이 장마를 삼켜서 어지러웠다 숲속에서 망가진 나무를 되감을 때마다 세상엔 일기예보가 너무 많고 내가 만든 날씨는 봄을 웃게 할 수도, 떨어뜨릴 수도 없어서 시들겠다는 비근함을 믿고 싶어졌다 마른 손목과 외로운 눈동자도 썩 어울렸다 거룩한 꽃을 오래 밟다가 잠들면 바람이 다 자살할 때까지 망가져 내리는 유성우 내일 밤 현실에 따뜻한 천사를 보면서 그곳이 천국이라 생각할 텐데 지금은 이대로 사라지면 어쩌지 걱정하는 내가 있고 어제 들은 음악과 며칠 전 봤던 영화에서도 사라지면 안 되는 것들만 사라져서 네가 웃을 때마다 누군가와 손잡고 걷는 꿈들을 꿨다 우리는 슬픈 것이 닮았고, 피가 달라서 더 슬프다 죄를 안고 함께 목 놓아 울어줄..
202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