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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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연 「월화수목금토일」
잘 지내?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잘 지내 답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오늘은 당신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던 음식을 올려놓고 기름기 묻은 손을 세제로 씻으며 물기를 닦던 사소한 습관과 벨을 누르면 가장 먼저 반겨주던 당신에 대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음성에 대해 - 잘 지내고 있어? 벽장에 비치는 것이라곤 그림자 하나뿐인데 문득 묻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비를 모으고 모으다 못 견디고 무너지는 댐처럼 폭설에 쓰러지는 나무처럼 어떻게 지내 묻고 싶은 순간이 - 오늘은 당신에 대해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누었습니다 당신이 좋아하지 않던 음식을 앞에 두고 왜 싫어했을까? 이렇게 먹기 좋은 것을 웃으면서 월화수목금토..
2021.11.07 -
이문재 / 농담
이문재 /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문재 / 농담 (이문재, 제국호텔, 문학동네, 2004)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