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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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 미래의 연인 ― 끝의 무성영화
이성진 / 미래의 연인 ― 끝의 무성영화 1 네가 내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시간 머리카락도 처음엔 길이었을 것이다 2 똑같은 구름이 평생 너를 따라 다녔다 그게 심심해서 금요일과 저녁의 경계선과 옥상에서 부는 바람과 봉지 안에 담긴 캔맥주와 우린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너와 계절을 나눠 쓰던 밤과 방과 바깥들 양치질을 하며 마주 보고 선 우린 서로의 얼굴을 베끼며 웃곤 했다 손톱들이 말하지 않고 조는 모양으로 서로의 등으로 스며들면 나오던 너의 취미들 그런 날들의 문 밖은 대체로 하얀 태양처럼 선선했다 3 야간열차가 좀 더 어두워지기 위해 달리는 밤과 많이 추운 등 마지막 인사는 서로 인사하지 않는 게 인사하는 거지 너의 목소리에서 겨울이 새는 소리가 났다 코에서 피를 흘리며 다..
2020.08.06 -
이성진 / 계절감
이성진 / 계절감 오래된 노래는 늘 나보다 젊고 꽃은 늘 시든다 나는 건물인가 계속 부서지고 밝은 빛보다 희미한 빛으로 눈이 기운다 몸은 평생 한번 죽는데 마음은 살면서 몇 번 죽는 것일까 방과후 교실에서 혼자 책상에 구멍을 뚫는 아이가 보인다 이성진 / 계절감 (이성진, 미래의 연인, 실천문학사, 2019)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