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형 / 여름 이후
이종형 / 여름 이후 남아 있는 생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받고 싶은 이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뱉어내는 말보다 주워 삼키는 말들이 많아졌다 삶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자 내 몸에 새겨진 흉터가 몇 개인지 세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반성할 기억들의 목록이었다 뼈에 든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두려웠고 계절이 몇 차례 지나도록 아직 이겨내지 못했다 사소한 서러움 같은 것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했다 바싹 여윈 등뼈가 아름다웠던 사랑이 떠난 여름 이후 이종형 / 여름 이후 (이종형,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삶창, 2017)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