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형 / 여름 이후

2020. 2. 26. 10:17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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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 여름 이후




남아 있는 생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받고 싶은 이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뱉어내는 말보다 주워 삼키는 말들이 많아졌다

삶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자 내 몸에 새겨진 흉터가

몇 개인지 세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반성할 기억들의 목록이었다

뼈에 든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두려웠고

계절이 몇 차례 지나도록 아직 이겨내지 못했다

사소한 서러움 같은 것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했다

바싹 여윈

등뼈가 아름다웠던 사랑이 떠난

여름 이후

 

 

 

이종형 / 여름 이후

(이종형,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삶창, 2017)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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