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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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림 / 아비뇽 시내에 있는 기차역(Gare d'Avignon Centre)에서 기차를 타고 어제는 비 오는 아를(Arles) 그리고 아라타에게
주하림 / 아비뇽 시내에 있는 기차역(Gare d'Avignon Centre)에서 기차를 타고 어제는 비 오는 아를(Arles) 그리고 아라타에게 기대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자고 다짐했었지 해변에서 영원히 아픔 같은 건 모르고 바위틈을 기어다닐 갯강구를 보며 징그럽게 다리가 많아 나는 그렇게 속닥였다 사진도 찍고 인 자오양 그림에 파묻히기도 했지만 하지만 네 품이라면 어떨까 난 남을까 내 모습은 그 안에서 남겨질 수 있을까 아라타…… 난 여기 있어 아라타는 물어 내가 바람둥이라도 좋아? 성 밖의 거지나 인간쓰레기라도 인 자오양 그림만 편식하고 야채는 골라내고 널 안으려고 숨을 헐떡이는, 그럴 때 나는 습기와 독버섯으로 가득한 숲 속을 생각하지 어둠에 모인 울프들이 이를 번뜩이면서 살점을 뜯어내는 ..
2020.12.11 -
문정영 / 열흘나비
문정영 / 열흘나비 너는 나비처럼 웃는다. 웃는 입가가 나비의 날갯짓 같다. 열흘쯤 웃다보면 어느 생에서 어느 생으로 가는 지 잊어버린다. 너를 반경으로 빙빙 도는 사랑처럼 나비는 날 수 있는 신성을 갖고 있다. 아무도 찾지 못할 산속으로 날아가는 나비를 본 적이 있다. 죽음을 보이기 싫어하는 습관 때문이다. 너는 나비처럼 운다. 여름 끝자락에서 열흘을 다 산 것이다. 나는 너를 보기 위하여 산으로 가는데 가을이 먼저 오고 있다. 너에게 생은 채우지 못하여도 열흘, 훌쩍 넘겨도 열흘이다. 한 번 본 너를 붙잡기 위하여 나는 찰나를 산다. 열망을 향해 날아가는 너를 잡을 수 있는 날이 열흘뿐이나 나는 그 시간 밖에 있다. 문정영 / 열흘나비 (문정영, 그만큼, 시산맥사, 2017) htt..
202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