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1. 13:44ㆍ同僚愛/주하림
주하림 / 아비뇽 시내에 있는 기차역(Gare d'Avignon Centre)에서 기차를 타고 어제는 비 오는 아를(Arles) 그리고 아라타에게
기대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자고 다짐했었지 해변에서 영원히 아픔 같은 건 모르고 바위틈을 기어다닐 갯강구를 보며 징그럽게 다리가 많아 나는 그렇게 속닥였다 사진도 찍고 인 자오양 그림에 파묻히기도 했지만 하지만 네 품이라면 어떨까 난 남을까 내 모습은 그 안에서 남겨질 수 있을까 아라타…… 난 여기 있어
아라타는 물어 내가 바람둥이라도 좋아? 성 밖의 거지나 인간쓰레기라도 인 자오양 그림만 편식하고 야채는 골라내고 널 안으려고 숨을 헐떡이는, 그럴 때 나는 습기와 독버섯으로 가득한 숲 속을 생각하지 어둠에 모인 울프들이 이를 번뜩이면서 살점을 뜯어내는 소리 피비린내 너도 그렇게 나를 먹고 싶지 먹고 싶어 했잖아 울프들의 피 묻은 입가를 떠올리면 금방이라도 울프들의 새끼를 내가 낳을 것만 같아 독버섯 수프를 떠먹여줘도 무럭무럭 자라겠지 허송세월을 보낸 여자처럼 눈 밑이 검어지겠지 난, 어리고 상처받는 게 지났어 아라타 너와 바닥에 눕고 싶어 딱딱해진 너와, 니가 밤바람이 되어 흩어진다고 해도 좋아, 좋아 좋아 해 아리타 (니가 보고 싶은데 이제 다 틀렸어)
주하림 / 아비뇽 시내에 있는 기차역(Gare d'Avignon Centre)에서 기차를 타고 어제는 비 오는 아를(Arles) 그리고 아라타에게
(주하림, 비벌리힐스의 포르노 배우와 유령들, 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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