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손차양 아래」
만들어낸 그늘 밑 잠기는 볕 말려드는 이마와 말들이 겹치는 잠시의 잎사귀 속 죽은 자의 이마에 얹히는 부드러운 흙 같은 그런 색은 불안해 캄캄한 피들을 이어붙여 손 안쪽에 넣어두다니 낯설어진 옆얼굴을 바라보며 눈가에 드리워진 얼룩이 얼굴로 달라붙는데 부러 지어먹은 마음이 절벽을 만들 때 여름을 끌고 오는 손짓들이 미리 당겨 무덤을 쓰나 빛으로 뭉쳐 터질 것 같은 얼굴로 반만 남은 입술을 바라본다 너의 화환이자 나의 죽은 꽃을 이혜미, 뜻밖의 바닐라, 문학과지성사, 2016
2021.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