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손차양 아래」
2021. 5. 6. 21:09ㆍ同僚愛/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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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낸 그늘 밑 잠기는 볕
말려드는 이마와 말들이 겹치는
잠시의 잎사귀 속
죽은 자의 이마에 얹히는 부드러운 흙 같은
그런 색은 불안해
캄캄한 피들을 이어붙여 손 안쪽에 넣어두다니
낯설어진 옆얼굴을 바라보며
눈가에 드리워진 얼룩이 얼굴로 달라붙는데
부러 지어먹은 마음이 절벽을 만들 때
여름을 끌고 오는 손짓들이 미리 당겨 무덤을 쓰나
빛으로 뭉쳐 터질 것 같은 얼굴로
반만 남은 입술을 바라본다
너의 화환이자
나의 죽은 꽃을
이혜미, 뜻밖의 바닐라, 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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