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 / 도플갱어
손미 / 도플갱어 문을 닫자 이곳은 암전이다 우린 재채기로 서로를 알아봤다 새벽 네 시, 당신을 찾으려 냉장고 속으로 들어갔다 당신이 데리러 오지 않았으므로 나는 알몸으로 한 칸씩 부서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한 움큼 집어 갔다 추락한 후 우리는 딱 한 번 만나 시계를 똑같이 맞추고 헤어졌다 당신은 정전된 과일을 밟으며 갔다 당신이 조립한 마지막 칸 그 방에 걸려 있는 그림 속 쌓인 사탕 더미에서 오렌지 주스가 흐르는 새벽 네 시 나는 야채 칸 모양으로 오랫동안 녹아 있었다 우리의 고향은 아주 먼 곳이지만 당신과 나는 딱 한 번 만나 발목에 찬 시계를 똑같이 맞추고 헤어졌다 문을 닫으면 북반구의 어둠이 시작되고 이제 당신은 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손미 / 도플갱어 (손..
2020.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