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 / 도플갱어
2020. 7. 31. 11:59ㆍ同僚愛
728x90
손미 / 도플갱어
문을 닫자 이곳은 암전이다 우린 재채기로 서로를 알아봤다
새벽 네 시, 당신을 찾으려 냉장고 속으로
들어갔다
당신이 데리러 오지 않았으므로
나는 알몸으로
한 칸씩 부서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한 움큼 집어 갔다
추락한 후 우리는 딱 한 번 만나 시계를 똑같이 맞추고 헤어졌다
당신은 정전된 과일을 밟으며 갔다
당신이 조립한 마지막 칸
그 방에 걸려 있는 그림 속
쌓인 사탕 더미에서
오렌지 주스가 흐르는 새벽 네 시
나는 야채 칸 모양으로
오랫동안 녹아 있었다
우리의 고향은 아주 먼 곳이지만
당신과 나는 딱 한 번 만나 발목에 찬 시계를 똑같이 맞추고 헤어졌다
문을 닫으면 북반구의 어둠이 시작되고
이제 당신은 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손미 / 도플갱어
(손미, 양파 공동체, 민음사, 2013)
'同僚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해욱 / 전염병 (1) | 2020.08.01 |
---|---|
김성규 / 절망 (1) | 2020.07.31 |
성윤석 / 밤의 질량 (1) | 2020.07.30 |
성윤석 / 티타늄 Ti (1) | 2020.07.30 |
김륭 / 샤워 (1) | 2020.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