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리 「꽃과 생명」
은은한 불빛의 회복실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비로소 반지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는 마취가 풀리려면 세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절대 자세를 바꾸지 말고 그대로 누워 있으라고 했다 회색 커튼 너머로 어느 한 노인이 마른기침을 하며 오줌통에 소변을 보고 있었고 적당한 무기력은 몸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나는 퇴원하는 날 새로운 반지를 하나 살 거라고 말했다 몸은 좀 어떠세요, 주사도 빼 드릴게요 같은 말들이 일상적으로 들렸고 너는 이곳의 벽이 흰색이 아니라 하늘색이어서 좋다고 했다 그런 건 참을 수 있었다 바지에 묻은 소고기뭇국을 스스로 닦을 수도 없을 때마다 밀려오는 아침 속에서 항생제가 한 방울씩 낙석처럼 떨어질 때마다 주먹을 쥐어 보기도 하고 옷을 벗어 봉합된 자국을 ..
2022.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