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 폭설, 민박, 편지 1 ― 「죽음의 섬Die Toteninsel」, 목판에 유채, 80×150cm, 1886
김경주 / 폭설, 민박, 편지 1 ― 「죽음의 섬Die Toteninsel」, 목판에 유채, 80×150cm, 1886 주전자 속엔 파도 소리들이 끓고 있었다 바다에 오래 소식 띄우지 못한 귀먹은 배들이 먼 곳의 물소리를 만지고 있었다 심해 속을 건너 오는 물고기 떼의 눈들이 꽁꽁 얼고 있구나 생각했다 등대의 먼 불빛들이 방 안에 엎질러지곤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푸른 멀미를 종이 위에 내려놓았다 목단 이불을 다리에 말고 편지(片紙)의 잠을 깨워나가기 시작했다 위독한 사생활들이 편지지의 옆구리에서 폭설이 되었다 쓰다 만 편지들이 불행해져갔다 빈 술병들처럼 차례로 그리운 것들이 쓰려지면 혼자서 폐선을 끽끽 흔들다가 돌아왔다 외로웠으므로 편지 몇 통 더 태웠다 바다는 화덕처럼 눈발에 다시 끓기 시..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