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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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혁 「모호한 슬픔」
기다리는 전화가 있었나 봐요, 감추어 둔 희망을 들키는 기분 미래는 너무 많은 오늘을 약탈해 가고 있다 결국 너는 쥐가 난 슬픔 쥐가 난 왼손을 오른손으로 만졌을 때의 낯선 감촉 같은 거 이제 너는 공휴일에서 제외된 기념일 같다 한 여자애의 전화번호를 암기하는 일 너에게 없던 비립종 같은 걸 사랑하는 일 애인이 너의 이름을 발음할 때 멀미가 느껴지는 일 사랑은 왜 오전과 오후 사이에서만 기생하는지 이런 불가능한 시간이라니 운명이 뿌리고 간 겨우 한 자밤의 슬픔에 나는 이렇게도 엄살을 부리나 아직도 나, 내가 낳은 슬픔을 두고 훗배앓이 중 어쩔 건데, 이런 감정 모든 연애의 끝은 궁금한 궁금하지 않은 부모님의 굴욕 같은 거 나의 절망 역시 사행성이 짙습니..
2022.01.17 -
신해욱 / 전염병
신해욱 / 전염병 그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어 했다. 꿈속에서 죽은 쥐가 지금 어디에서 썩고 있는지 아니. 나로부터 썩 물러난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그는 나의 눈에 달라붙어 있었다. 끈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침이 가득 고인 입으로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독을 먹은 게 내가 아니라면 그런 게 아니라면 말로 할 수 없는 이런 슬픈 사연이란 무엇일까. 정녕. 나에게 있는 그 아니면 쥐. 열이 있는 그 아니면 쥐. 체온을 유지하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 신해욱 / 전염병 (신해욱, syzygy, 문학과지성사, 2014)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