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우 / 발레리나
최현우 / 발레리나 부슬비는 계절이 체중을 줄인 흔적이다 비가 온다, 길바닥을 보고 알았다 당신의 발목을 보고 알았다 부서지고 있었다 사람이 넘어졌다 일어나는 몸짓이 처음 춤이라 불렸고 바람을 따라 한 모양새였다 날씨는 가벼워지고 싶을 때 슬쩍 발목을 내민다 당신도 몰래 발 내밀고 잔다 이불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듯이 길이 반짝거리고 있다 아침에 보니 당신의 맨발이 반짝거린다 간밤에 어딘가 걸어간 것 같은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돌았다고 한다 맨발로 춤을 췄다고 한다 발롱!* 더 높게 발롱! 한 번의 착지를 위해 수많은 추락을! 당신이 자꾸만 가여워지고 있다 최현우 / 발레리나 * 발레의 점프 동작. (최현우,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문학동네, 2020) https://..
2020.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