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우 / 발레리나
2020. 3. 22. 13:30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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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우 / 발레리나
부슬비는 계절이 체중을 줄인 흔적이다
비가 온다,
길바닥을 보고 알았다
당신의 발목을 보고 알았다
부서지고 있었다
사람이 넘어졌다 일어나는 몸짓이 처음 춤이라 불렸고
바람을 따라 한 모양새였다
날씨는 가벼워지고 싶을 때 슬쩍 발목을 내민다
당신도 몰래 발 내밀고 잔다
이불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듯이
길이 반짝거리고 있다
아침에 보니 당신의 맨발이 반짝거린다
간밤에 어딘가 걸어간 것 같은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돌았다고 한다
맨발로 춤을 췄다고 한다
발롱!* 더 높게 발롱!
한 번의 착지를 위해 수많은 추락을!
당신이 자꾸만 가여워지고 있다
최현우 / 발레리나
* 발레의 점프 동작.
(최현우,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문학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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