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 / 분홍 주의보
김경주 / 분홍 주의보 자다가 깨어나 몸에서 악취가 나는 것 같아 자주 찬물에 샤워를 한다 침팬지가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웃고 있는 것은 공포를 표현하는 것이라는데 술자리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늘 그 말이 생각난다 그런 날 나는 너무 자주 웃었거나 화장실에서 오줌 누고 돌아온 후 방금 자지를 주물럭거렸던 손으로 여자의 두 손을 꼭 잡고 인생을 이야기하는 꼬락서니다 마침내 복서의 입에서 마우스피스가 툭 떨어진다 하― 그보다 마일드한 담배. 끝까지 가보지 않아도 좋았을 지루한 12라운드를 다 지켜본 기분이랄까 심판이 승자의 팔을 번쩍 들어 올려주지 않고 다가가서 선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자넨 자네 삶과 밀월을 즐기는 것 같군그래." 챔피언이 그를 보며 침팬지처럼 헐떡거려준다 그런 그로테..
202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