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2)
-
강보원 「현실적인 잠」
당신의 잠이 내게로 왔다 물웅덩이가 없는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서 이유를 몰라서 괜찮은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 당신의 잠은 치와와처럼 짖는 밤으로부터 멀어지려고 꿈을 다 썼다 풀 냄새를 맡으러 간다고 쓰인 쪽지가 있다 당신은 차가운 물을 단숨에 마시지 못한다 당신은 마카롱을 오래 물고 있다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그만하고 싶다 그게 아무래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철새들이 방향을 바꾸고 하늘이 빈다 그 밑에서 나는 항상 더 밑으로 가려는 습성이 있다 지하실에선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린다 작은 동물이 더 재빠르고 무서워진다 당신의 잠은 자꾸 내게로 온다 당신이 당신의 잠 앞에서 머뭇거리기 때문에 당신이 혼자 글을 쓰고 그것을 혼자 읽기 때문에 나는 소스라치고 그 소스라침을 사랑으로 이해하려고 무던히 애를..
2021.09.03 -
김경주 / 기담(奇談)
김경주 / 기담(奇談) 지도를 태운다 묻혀 있던 지진은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태어나고 나서야 다시 꾸게 되는 태몽이 있다 그 잠을 이식한 화술은 내 무덤이 될까 방에 앉아 이상한 줄을 토하는 인형(人形)을 본다 지상으로 흘러와 자신의 태몽으로 천천히 떠가는 인간에겐 자신의 태내로 기어 들어가서야 다시 흘릴 수 있는 피가 있다 김경주 / 기담(奇談) (김경주, 기담, 문학과지성사, 200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