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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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장미성운
양안다 / 장미성운 우리가 빛과 빛 사이에 놓여 있을 때 이곳이 어디인지 잠시 잊고 그 사실이 불편하지 않다면 너는 종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나는 부유하는 먼지를 바라보는데 우리의 일부가 끝없이 확산되는 시간 붉은 병이 깨지자 주변이 온통 꽃밭이었다 손목을 그으려고 했어, 그런 말을 쉽게 하게 되고 폭우 속에서 걷는 연인을 바라보며 그들의 대화를 상상해 보는 일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휩쓸리고 있다고 우리가 어둠 속에 놓여 있을 때 언젠가 들었던 예언을 떠올리며 서로를 미리 증오하고 너는 눈이 내린다고 말한다 나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는데 풍선을 삼키고 그냥 터져 버렸으면 좋겠어 그때도 날 보러 와 줄래? 춥고 어둡다며 네가..
2020.11.29 -
김이듬 / 서머타임
김이듬 / 서머타임 발목은 시들어간다 걸음을 낭비했다 위세척을 하고 넌 더욱 고통스러워하고 여름이 제일 추워, 나는 없어질 거야 너는 눈물을 흘리며 웃지만 해가 뜰 때까지만 같이 있어줄게 풍선을 불어줄게 날아오르다가 터지겠지 꿀벌은 꽃잎 속에서 고양이는 나무 위에서 너는 내 무릎을 베고 아니, 널 따라하지 않아 왜 남은 날들을 신경 써야 하니 잘하려니까 심장을 멈추고 싶잖아 난 일광을 낭비할 거야 날 낭비할 거야 낮에는 커튼을 치지 많이 걷지 않고 버스에서 곧잘 자 뭘 찾으려고 넌 거기까지 갔었니 내 모닝콜은 거슈인의 자장가 내일 못 일어나도 여름은 살기 좋은 계절 여름은 죽기 좋은 계절 그럴 리 없지만 물고기는 수면 위를 날고 목화는 익어가는데 아빠는 부자 엄마는 멋쟁이 그러니 아가야..
202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