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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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석 / 밤의 질량
성윤석 / 밤의 질량 밤은 조금 부족한 듯했다. 별들이 떠 있기에는, 이 해안 도시는 너무 작았다. 나는 월요일에만 얘기했고 당신은 화요일만 내밀었다. 역시 밤은 부족했다. 당신과 내가 모두의 슬픔에 고리 모양의 구조를 달 여백이 없었다. 밤이 다시 조금 사라진 듯했다. 없어지는 게 당신의 숨결인지, 공기인지 알 수 없었다. 안기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밤의 치마에는 당신의 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었다. 슬픔을 방 두 개에 다 채워 넣고 나와 걸었다. 숨고 싶은 슬픔의 치마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밤의 함몰 흉터들을 나는 오래 걷고 있었다. 밤은 다시 조금 부족한 듯했다. 한 장 검은 봉지 같은 밤이었다고 말했다. 성윤석 / 밤의 질량 (성윤석, 밤의 화학식, 중앙북스, 2016) https://w..
2020.07.30 -
이종형 / 여름 이후
이종형 / 여름 이후 남아 있는 생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받고 싶은 이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뱉어내는 말보다 주워 삼키는 말들이 많아졌다 삶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자 내 몸에 새겨진 흉터가 몇 개인지 세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반성할 기억들의 목록이었다 뼈에 든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두려웠고 계절이 몇 차례 지나도록 아직 이겨내지 못했다 사소한 서러움 같은 것이 자꾸 눈에 밟히지만 아무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했다 바싹 여윈 등뼈가 아름다웠던 사랑이 떠난 여름 이후 이종형 / 여름 이후 (이종형,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삶창, 2017)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