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 국화빵
이달균 / 국화빵 국화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날이 있었다 양철지붕 아래 촉 낮은 꿈을 누이고 더러는 구멍난 날들을 기우는 손도 있었다 쓰러진 바람 위로 또 다른 바람이 불어 약속 없이 지치던 이웃과 어깨들 가난한 사람들에겐 사랑도 힘겹다 우리들 내일도 국화빵처럼 구워져 잘 익은 단팥처럼 넉넉할 수 있을까 희망의 포자를 날려 일기를 쓰던 밤 불빛은 식은 열망을 다독이는 힘이 있었다 저만치 포장을 뚫고 비치던 카바이드 불빛 그 빛에 손을 녹이며 난 내게로 걸어왔다 이달균 / 국화빵 (이달균, 북행열차를 타고, 태학사, 2001)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