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균 / 국화빵
2020. 2. 26. 14:06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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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 / 국화빵
국화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날이 있었다
양철지붕 아래 촉 낮은 꿈을 누이고
더러는 구멍난 날들을 기우는 손도 있었다
쓰러진 바람 위로 또 다른 바람이 불어
약속 없이 지치던 이웃과 어깨들
가난한 사람들에겐 사랑도 힘겹다
우리들 내일도 국화빵처럼 구워져
잘 익은 단팥처럼 넉넉할 수 있을까
희망의 포자를 날려 일기를 쓰던 밤
불빛은 식은 열망을 다독이는 힘이 있었다
저만치 포장을 뚫고 비치던 카바이드 불빛
그 빛에 손을 녹이며 난 내게로 걸어왔다
이달균 / 국화빵
(이달균, 북행열차를 타고, 태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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