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규 「아이스크림과 택배」
그는 한 때 미루나무였을 것이다 미루나무는 한 시절 구름이었을 것이다 구름은 한 때 함성이었을 것이다 함성은 수많은 입술들이 쏘아올린 초록, 당신이 거기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미루나무 옆을 지나가고 미루나무 위로 한 무리의 구름이 지나가고 온갖 홀씨들이 바람에 나부낄 때 듣는다 함성 그는 한 때 공원의 의자였을 것이다 의자는 한 시절 공중에 매달린 그믐밤의 달이었을 것이다 달빛은 파문 달빛은 소요 달빛은 폐허의 무심한 듯 쏟아져 내리는 모래의 알갱이들, 당신이 안전하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공원의 벤치 곁을 지나갈 때 아이스크림이 손가락처럼 녹아내릴 때,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봉투를 뜯기도 전에 계단이 차오른다 막 도착한, 택배 2019 웹진..
202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