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규 「아이스크림과 택배」

2021. 1. 19. 21:21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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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때 미루나무였을 것이다 미루나무는

한 시절 구름이었을 것이다

구름은 한 때 함성이었을 것이다 함성은 수많은 입술들이

쏘아올린 초록,

당신이 거기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미루나무 옆을 지나가고 미루나무 위로 한 무리의 구름이 지나가고

온갖 홀씨들이 바람에 나부낄 때 듣는다 함성

그는 한 때 공원의 의자였을 것이다 의자는

한 시절 공중에 매달린 그믐밤의 달이었을 것이다

달빛은 파문 달빛은 소요 달빛은 폐허의 무심한 듯 쏟아져 내리는

모래의 알갱이들,

당신이 안전하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공원의 벤치 곁을 지나갈 때 아이스크림이 손가락처럼 녹아내릴 때,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봉투를 뜯기도 전에 계단이 차오른다

막 도착한, 택배

 

 

 

from Amelia Bartlett

 

 

 


 

 

 

2019 웹진 문학의 오늘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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