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빛」
― 너는 아름답다는 말이 되게 쉽게 나오더라 ― 그게 나쁜 일인가 너는 화면을 보지 않은 채 대답을 한다 그쪽은 지금 봄이라고 했던 것 같다 창밖이라도 보고 있는 것이겠지 가득 핀 벚꽃이 바로 보이는 곳이라 했다 나는 실험동물이 새끼를 밴 일에 대해 이야기했고, 너는 그걸 듣고 아름답다고 했던 것이다 ― 뭘 보고 있는 건데 ― 아무것도 내 오른쪽으로는 남극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희거나 푸른 것만 가득해서 가끔은 이 모든 것이 꿈속의 장면 같다 너를 직접 만나 이야기한 지도 너무 오래되었다 ― 돌아오면 우리 바다에 갈까? ― 여기가 물 반 얼음 반인데 무슨 바다야 우리는 이야기했다 식물원이나 미술관, 바닷가와 공원, 이미 가봤지만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에 대해, 다시 가서 다시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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