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의 밀도가 너무 높아 곪아버린 귓바퀴를 은하수에 씻느라 바빴단다 그새 인간들이 빌고 또 빌어서 이제 너희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단다 아직도 질척하구나 롯데리아에 온 기분이다 내가 말 걸고 싶어지는 이들은 그래, 너처럼, 아무것도 빌지 않는 아이란다 눈동자는 도시의 불빛으로 환하지만 새벽 백사장의 포말만 생각하고 빈약한 가슴에는 별 없는 우주를 채워 넣은, 속이 까맣고 낯이 하얀 너란다 떨지 말렴 이건 스팸메일도 아파트 안내방송도 아니니 그러니 물을게 너 네가 아주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으니? 떨어지면 끝날 것 같으니? 여기서 너를 밀어 봤자 부서지지도 않을진대 몸이란 거 으깨지고 마는 거지 소소하게…… 그래도 재가 되면 훨씬 가벼워질 테니 다이어트는 성공하겠구나 아니 떨지 말렴 너는 유리로..
자세히보기― 너는 아름답다는 말이 되게 쉽게 나오더라 ― 그게 나쁜 일인가 너는 화면을 보지 않은 채 대답을 한다 그쪽은 지금 봄이라고 했던 것 같다 창밖이라도 보고 있는 것이겠지 가득 핀 벚꽃이 바로 보이는 곳이라 했다 나는 실험동물이 새끼를 밴 일에 대해 이야기했고, 너는 그걸 듣고 아름답다고 했던 것이다 ― 뭘 보고 있는 건데 ― 아무것도 내 오른쪽으로는 남극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희거나 푸른 것만 가득해서 가끔은 이 모든 것이 꿈속의 장면 같다 너를 직접 만나 이야기한 지도 너무 오래되었다 ― 돌아오면 우리 바다에 갈까? ― 여기가 물 반 얼음 반인데 무슨 바다야 우리는 이야기했다 식물원이나 미술관, 바닷가와 공원, 이미 가봤지만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에 대해, 다시 가서 다시 보고 ..
자세히보기노랑과 옐로는 언니였다가 누나였다가 원피스를 바꿔 입다가 넘어지기도 하지 그런 언니는 이미 샀는데 그런 누나는 이미 옷장에 물방울무늬야 착하지 동그라미는 동그라미인 척도 잘하지 무지개보다 레인보우에 가깝다는 이야기 만져보면 비슷할 수도 있어 견딜 수 없는 색깔을 골라보자 수염 난 축구공이 굴러간다 보건실에서 몰래 기다리는 짝꿍 남자애들이 웃으며 뺑뺑이를 타는 동안 지그재그 반복되는 재채기 생일에는 가족사진을 다시 그릴 수밖에 아무도 귀가 없어서 다행이야 노랑과 옐로는 너무 많은 밤을 오렸다 성별이 다른 별을 꿰매는 건 위험해 우리는 틀린그림찾기처럼 조금만 달랐는데 왜 아들은 두 글자일까 살아 있는 물방울들은 방금 다 외웠어 나와 언니를 섞으면 하얗게 된다 나에게 누나를 바르면 까맣게..
자세히보기어쩌면 며칠 생활을 잠시 두고 온 것뿐인데 오늘은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날이 벌써 밝아지고 있어서 수평선이 보일 것 같아서 숲을 걷다 노래를 부르고 생선 구이를 먹다 혼자라는 단어에 가시가 박혔길래 그냥 살다 보면 다 넘어가겠지 싶었는데 그런 결론은 너무 무책임했는데 책임지는 건 또 왜 이리 싫은지 보기만 해도 좋을 이 삶을 누가 꺾어 갔으면 하는 바람에 모르는 사람에게 말도 걸어보았습니다 갑판 위에 올려놓은 말린 오징어들 뜯은 빵 부스러기들 나날들 모두 당신 것이지요 눈빛을 부러뜨리고 도망쳤습니다 구두를 벗으니 살갗이 까진 뒤꿈치 바다는 혼잣말을 하지요 계절을 실재하는 것으로 증명하기 위해 비와 눈이 내리고 나무는 열매와 잎을 맺고 열매와 잎을 떨구고 바닥은 낙엽을 치우고 ..
자세히보기파리의 겨울은 늘 세 번째 전생 같다 결혼식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 류에게 프로포즈를 받았어 결혼식 사진이 나왔는데 누구도 날 찾지 못해 프랑스에 머문 친구들은 그런 말을 자주 했어 갔다 오면 정신병자가 되거나 우울증을 앓게 된대 가보지 않고 앓는 병은 어떤 걸까 하녀방이라 불리는 곳에 살았어 옥탑으로 민트색 바람이 불지 처음엔 소공녀 다락방을 떠올렸어 파리에 동화 같은 건 없는데 거기선 늘 바닷물에 발이 젖는 꿈에 빠져 방 모서리를 타고 들려오던 목소리 창이 그리워 생샤펠 성당에 갔어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 굴절된 빛들이 창을 통과하고 갑자기 유리들이 와장창 머리 위로 쏟아진대도, 나는 피하지 않을 것이다 어둡고 아름다운 것들을 믿어 오는 일을 그것이 쏟아지는 것을 복원가들은 왜 천사의 한쪽 ..
자세히보기 비 내리는 가을밤이면 나는 이불 밖으로 발을 내놓고 눕는다 잠든 사이에도 발은 어디든 가길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풀테니 다리 위를 뛰어가고 있다 비가 쏟아지고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 있고 다리 밑에서 흙탕물이 휘몰아친다 오늘은 나를 태운 비행기가 떠나기 이틀 전이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토끼 모양 섬을 온몸으로 껴안기 위해 맨발로 빗속을 달리기로 한다 누군기의 로만 바스 누군가의 코니쉬 파이 누군가의 런드리 그것들이 시야를 빠르게 지나가고 나는 이토록 빨리 뛰어 본 적 없이 언덕을 오른다 35도 각도로 기울어진 지붕 위를 내달리면 내 세상도 딱 이만큼 기울어진 것 같아 아늑하고 평온해진다 멀리서부터 감색으로 물드는 하늘 골목에는 민둥한 승용차 껍데기들 그리고 오래된 지붕들보다 조금 더 기울어진 ..
자세히보기 소원의 밀도가 너무 높아 곪아버린 귓바퀴를 은하수에 씻느라 바빴단다 그새 인간들이 빌고 또 빌어서 이제 너희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단다 아직도 질척하구나 롯데리아에 온 기분이다 내가 말 걸고 싶어지는 이들은 그래, 너처럼, 아무것도 빌지 않는 아이란다 눈동자는 도시의 불빛으로 환하지만 새벽 백사장의 포말만 생각하고 빈약한 가슴에는 별 없는 우주를 채워 넣은, 속이 까맣고 낯이 하얀 너란다 떨지 말렴 이건 스팸메일도 아파트 안내방송도 아니니 그러니 물을게 너 네가 아주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으니? 떨어지면 끝날 것 같으니? 여기서 너를 밀어 봤자 부서지지도 않을진대 몸이란 거 으깨지고 마는 거지 소소하게…… 그래도 재가 되면 훨씬 가벼워질 테니 다이어트는 성공하겠구나 아니 떨지 말렴 너는 유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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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보기 소원의 밀도가 너무 높아 곪아버린 귓바퀴를 은하수에 씻느라 바빴단다 그새 인간들이 빌고 또 빌어서 이제 너희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단다 아직도 질척하구나 롯데리아에 온 기분이다 내가 말 걸고 싶어지는 이들은 그래, 너처럼, 아무것도 빌지 않는 아이란다 눈동자는 도시의 불빛으로 환하지만 새벽 백사장의 포말만 생각하고 빈약한 가슴에는 별 없는 우주를 채워 넣은, 속이 까맣고 낯이 하얀 너란다 떨지 말렴 이건 스팸메일도 아파트 안내방송도 아니니 그러니 물을게 너 네가 아주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으니? 떨어지면 끝날 것 같으니? 여기서 너를 밀어 봤자 부서지지도 않을진대 몸이란 거 으깨지고 마는 거지 소소하게…… 그래도 재가 되면 훨씬 가벼워질 테니 다이어트는 성공하겠구나 아니 떨지 말렴 너는 유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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