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보영 / 불면
2020. 3. 7. 17:03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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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 불면
누워서 나는 내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내 옆의 새벽 2시는 회색 담요를 말고 먼저 잠들었다
이불 밖으로 살짝 나온 내 발이
다른 이의 발이었으면 좋겠다
애인은 내 죽음 앞에서도 참 건강했는데
나는 내 옆얼굴이 기대서 잠을 청한다
옆얼굴을 베고 잠을 잔다 꿈속에서도 수년에 걸쳐 감기에 걸렸지만
나는 여전히 내 발바닥 위에 서 있었다 발바닥을 꾹 누르며
그만큼의 바닥 위에서 가로등처럼 휘어지며
이불을 덮어도 집요하게 밝아 오는 아침이 있어서
잠이 오면
부탄가스를 흡입하듯
옆모습이 누군가의 옆모습을 빨아들이다가
여전히
누군가 죽었다
잘 깎아 놓은 사과처럼 정갈하게
문보영 / 불면
(문보영, 책기둥, 민음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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