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 봉급생활자
2020. 3. 9. 13:43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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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 봉급생활자
우리는 나가고 싶다고 느끼면서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면서 더 간절해진다.
간절해서 우리는 졸피뎀과 소주를 섞고
절박한 삶은 늘 각성과 졸음이 동시에 육박해온다.
우리가 떠나지 않은 이유는 여기가 이미 바깥이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삶이 바로 망명 상태이다.
얼음으로 된 공기를 숨 쉬는 것 같다.
폐소공포증과 광장공포증은 반대가 아니며
명백한 사실 앞에서 우리는 되묻는 습관이 있다.
그것이 바로 다음 절차이기 때문이다.
저것은 구름이고 물방울들의 스크럼이고 눈물들의 결합 의지이고
피와 오줌이 정수된 형태이며 망명의 은유이다.
그로므로 왜 언제나 질문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어제 꿈에 당신은 죽어 있었어요.
나는 당신이 살아 있는 시점에서 정확하게 그것을 보았어요.
지금 당신은 죽어 있지만요.
구름의 그림자가 도시를 뒤덮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것 같았다.
이현승 / 봉급생활자
(이현승, 생활이라는 생각, 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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