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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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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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빛은

한 줄기 빛

발아가 이루어지면

한 포기 난초와

한 떨기 장미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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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엄습하는 것들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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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리가 직접 나서서

그것들을 잡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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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김과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커서는 껌벅거리며 최면을 걸고

은밀하게 시작되는

한낮의 점성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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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별처럼 빛나는 순간을 기다려

우리의 동공이, 우리의 동맥이

현장을 사로잡는 순간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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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빛이 너무 커다래서

우리는 터질 듯 벅차올라

땅에 꽂히는 일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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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르 파르르

눈꺼풀을 떨며

마지막 남은 한 줄기 빛을 울컥 토해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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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기 빛은

한 줄기 빛

땅 위로 봉긋

더욱 또렷하고 아름답게 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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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음보다 선명한 메아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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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위기를 장악하며

돌아오기 위해 달아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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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속으로

키보드 위로

커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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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나는 현장에서 바야흐로 발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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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빛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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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을 떼서 이마에 탁,

붙이고 침대 위로 뛰어드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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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버린 팝콘을 쥐듯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

 

 

 

오은 / 아이디어

(오은,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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