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 융단, 모르핀, 매니큐어에게

2020. 4. 3. 09:45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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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 융단, 모르핀, 매니큐어에게

까만 바다에 빠져봤어?

사람들은 날마다 바다의 도시화를 꿈꾸지

두려워하지 마

내 상체가 해초처럼 흔들리고

팔이 별안간 여덟 개가 되지

어젯밤 너희 셋을 위해 팔을 다섯 개나 뽑았어

그런데 왜 먹지 않았니?

전화벨이 끊겼다, 이어졌다 반복되고

나는 그 반복 사이에서 액체가 된다

보글보글, 기다림이 삭는 소리

소리는 물속에 잠기면 진동이 되지

그건 물들의 비명이야

사랑을 잃고, 띄엄띄엄 울다 자는 밤

산화되는 기억 속 너희들의 지느러미,

누군가를 부르는 파닥이는 힘-

하늘을 봐

바람이 별을 작곡하고 있어

 

 

 

박연준 / 융단, 모르핀, 매니큐어에게

(박연준,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문학동네, 2012)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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