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야 / 심장공장
2020. 4. 7. 09:57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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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야 / 심장공장
심장공장은 갈대숲에 있다
나는 날마다 맨얼굴을 장롱 속에 숨기고
얼굴을 갈아입고 출근한다
빌딩 숲을 지나 공장 정문에 내려
심장을 깊숙이 숨긴다
작업 종이 울리면
나는 재빠르게 심장을 만든다
내 심장과는 다른 심장을 다듬고 또 다듬는다
두근거리는 나의 심장 소리 커질수록
나는 나를 모른 척한다
어제 살았던 주소와 얼굴 따위는 잊어버린다
공장에서 만든 심장들이 터질 듯 뛰지만
재빨리 포장해서 창고에 쌓아놓는다
야근하는 공장 굴뚝 위에 달이
갈대숲에 울리는 심장 소리를 엿듣고 있다
오늘은 내 심장과 내가 만든 심장을 구별할 수가 없다
작업반장이 말했다, 불량 심장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별로 슬프지도 않은 날이었다
이설야 / 심장공장
(이설야,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창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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