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혜 / 최선의 감옥

2020. 2. 27. 14:48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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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혜 / 최선의 감옥



​설원의 끝에는 북쪽이라 불리는 감옥이 있다
불에 타 죽은 개와 얼어 죽은 개가
나란히 매달려 있다

열쇠 꾸러미를 허리춤에 달고 걷는 교도관과
보폭을 맞추는 죄수들
그것이 최악인 사람과
그것이 최선인 사람이 걸어간다

이미 죽은 사람이
처음부터 태어나지 않았다는 가정

​어느 방향으로도 짖지 않는다

사람들은 사다리를 타고 절벽을 오른다
아무도 북쪽 끝까지 가보지 않았지만

​동전을 던지고 반드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깊은 웅덩이를 만든다
얼어 죽은 개의 무덤을 파헤치면서
무덤 속을 비추면서

바닥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이파리는 시들지 않고 죽어가는 개는 죽지 않는다

​사과나무 위에 피어나는 사과나무들
씨앗이 싹틀 때 씨앗을 낚아채는 새의 발톱

그림자 하나로도
수백 개의 음표가 완성되고 있다

손바닥과 손바닥을 맞대며
눈 속을 걸어간다

등 뒤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하나, 둘 기록하면서



김신혜 / 최선의 감옥
(김신혜, 시인동네 2018.9, 시인동네, 2018)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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