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 한 해에는 천 마리 이상의 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는다

2020. 5. 7. 20:06同僚愛/황인찬

728x90


황인찬 / 한 해에는 천 마리 이상의 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는다

방금 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었다

간단한 평일의 오후에는 그런 일도 생긴다

초인종 소리가 들려 문을 열었다 문밖에 있는 것은 나의 어머니였다

제대로 된 것을 먹고 살아야지

어머니는 닭볶음탕을 건네주셨다

이것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차려 주신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했다

앞으로는 교회에 좀 나오라고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해파리냉채는 시고 매워서

먹기가 불편하였다

 

어머니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가

또 한 마리 창문에 부딪혀 죽어 있었다

 

 

 

황인찬 / 한 해에는 천 마리 이상의 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는다

(황인찬, 희지의 세계, 민음사, 2015)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