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다 / 오전 4시, 싱크로니시티, 구름 조금, 강수 확률 20%

2020. 2. 28. 20:35同僚愛/양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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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오전 4시, 싱크로니시티, 구름 조금, 강수 확률 20%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얼굴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했다

웃으면 입은 반짝이게 되는 걸까

해변을 걷다 보면 달이 뜨고 달빛이 수면 위에서 반짝이고 나는 그것을 조약돌이라고 착각했다 작고 예쁘고 아름다운 것마다 너의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좋아하는 약속 시간은 곧, 이었다

우리는 인적 드문 곳에 앉아 서로의 입에 알약을 넣어주었다 시간이 흐르면

흔들리는 두개골에 못을 박고 싶겠지만

밤의 산책자들, 우리를 지나가며 혀를 차는데

저들을 죽일까 날카롭게 갈린 돌 하나를 뒤통수에 박고 너와 도망치고 싶다

이 행성에서 넌 숨을 쉴 수 있다 네가 숨 쉬는 곳은 한 줌의 주먹 안에 존재하는 우주였다, 너는 동공이 풀린 채 중얼거린다 입가에 거품을 닦지 않고 나는 너의 볼에 입을 맞춘다 입술 자국이 핏자국으로 남는다

하얀 피부를 가지면 빛 속에서 사라질 수 있는 거니, 묻지 않은 채 너의 입가를 어루만지고

너는 두 팔을 벌린 채 흐느적거린다 춤을 춘다 작고 예쁘고 아름다운

침묵하고 있으면 침묵이 생기고

어떤 표정이라도 짓고 싶을 때마다 웃었다 입술이라도 반짝이라고

​밤 구름이 수평선을 향해 전력으로 기울어진다 우리는 고요와 함께 눈을 마주친다 정말로 비가 쏟아질까 봐

비가 오고 나면 해변의 모양이 바뀔까 봐

​해변에서 죽어가는 것은 없었다 파도가 드나드는 지점에서

오직

​흔들리기를 멈추지 않는 우리만

 

 

 

양안다 / 오전 4시, 싱크로니시티, 구름 조금, 강수 확률 20%

(양안다, 작은 미래의 책, 현대문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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