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혁 / 무연탄
2020. 7. 8. 12:45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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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혁 / 무연탄
악몽을 꾸지 않아도 두터워지는 설태처럼 나날이 어두워지는 아랫목
수십 개의 눈으로 충혈된 연탄이 사람의 낯빛으로 식어간다
뭉칠수록 단단해지는 하드 밥*의 눈이 내리면 재로 변한 이목구비를 가진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온다 두 덩어리로 눕는다
뜨거움이란 가장 높은 온도에서 흰빛을 내는 것 눈사람의 냉가슴을 위태롭게 쌓아 올리고 또다시
두근거릴 순간을 고대하는 것
고대 지층의 흑심을 품고서야 겨울을 보낼 웃음을 가졌지만
입맞춤할 체온은 두 번씩 찾아오지 않는다
무심한 곁눈질에도 진창으로 화답하던 뒷골목의 나날들
젖은 눈을 뭉치던 아이가 운다
녹아내린 심장 위로 얼룩무늬 스웨터를 벗어 주고 갔다
기혁 / 무연탄
(기혁, 소피아 로렌의 시간, 문학과지성사, 2018)
* 1950년대 유행했던 재즈의 한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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