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하 / 카사 로사*
2020. 7. 9. 21:29ㆍ同僚愛
728x90
박시하 / 카사 로사*
사물은 언젠가 자기를 다 비운다.
빈 로션 통을 흔든다.
써버린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나를 반쯤 비웠다.
지나간 나는
장밋빛 꿈을 얼굴에 바른다.
잊은 거리를 걷고 있지.
뒤도 안 돌아보고 뒤로 가고 있지.
누군가 살던 집에 비우지 못한 말들이 산다.
숲은 어떻게 자기를 비우면서 채워지나요.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물으며
나무의 끝을 올려다본다.
더는 할말이 없는 로션 통이 가득 비어 있다.
박시하 / 카사 로사*
* Cassa Rossa. 헤르만 헤세가 살던 집.
(박시하,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문학동네, 2016)
'同僚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수양 / 창세기 (1) | 2020.07.16 |
---|---|
허은실 / Midnight in Seoul (1) | 2020.07.12 |
기혁 / 아지랑이 (1) | 2020.07.08 |
기혁 / 무연탄 (1) | 2020.07.08 |
오규원 / 프란츠 카프카 (1) | 2020.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