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다 / 안녕 그러나 천사는

2020. 11. 29. 05:22同僚愛/양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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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안녕 그러나 천사는

언젠가 인간은 천사였던 적이 있지 않을까. 너의 날개 뼈를 만지면서.

폭약이 누군가의 마음을 뒤흔드는 새벽.

너는 붓을 적시며 말한다. 악마도, 이 세상의 조류도 모두 날개 뼈를 갖고 있다고.

종이가 되길 원한 나무는 너로 인해 하나의 그림이 되어가는 중인데.

어느 신화에 따르면 태양과 달을 신의 눈동자라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짐승의 두 눈일지도.

전생에 우리는 꽃이었을지도 몰라. 나는 너의 머리칼을 쓸어 모으면서.

아니. 나는 물이었을 거야. 물을 만질 때마다 불안이 전부 씻겨 내려가거든.

폭약이 우리 불안을 뒤흔드는 새벽.

네가 그린 꽃은 호수에서 목을 적시고 있었다. 짐승의 등 위로 나뭇잎이 돋아나고.

인간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불을 만들고 불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재를 만든다. 재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흩어지는 걸까.

우리의 눈빛이 낮이었다면. 우리의 새까만 마음이 밤이었다면.

언젠가 나는 너였을 것이다. 너를 안을 때마다 불안이 전부 씻겨 내려갔으므로.

 

 

 

양안다 / 안녕 그러나 천사는

(양안다,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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