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 피사체

2020. 2. 27. 15:24同僚愛/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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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피사체



​우리는 고정되었다.
우리는 분별없이 떠들다가 김치,
라고 외치는 순간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었다.

​우리는 책임감이 점점 강해졌다.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하기로 했다.
우리의 배경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웃고 있는 남자는 웃지 않은 여자를 사랑했지. 갈색 구두를 신고 있는 사람이 곧 죽었어. 둘째 줄의 콧수염이 문상을 갔네.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동안, 그녀의 선언에서 깨어나지 못한 건 모자를 쓴 남자.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키는 중. 당신이 이쪽 세계를 바라보는 순간,

아, 거기! 뒤에 가려진 사람!
얼굴이 안보여.
당신의 이야기도.

​터지는 기침을 막으려고 당신은 얼굴을 찌푸렸다.
김치!
라고 외치며 우리가 일제히
정면을 바라보는 순간,

불현듯 우리는 또다른 세계를 이해하였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의 머리 위에
바늘처럼
쏟아지는 것이 있다.

 

 

 

이장욱 / 피사체
(이장욱, 생년월일, 창비, 2011)


https://www.instagram.com/donkg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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