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 피사체
2020. 2. 27. 15:24ㆍ同僚愛/이장욱
728x90
이장욱 / 피사체
우리는 고정되었다.
우리는 분별없이 떠들다가 김치,
라고 외치는 순간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었다.
우리는 책임감이 점점 강해졌다.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하기로 했다.
우리의 배경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웃고 있는 남자는 웃지 않은 여자를 사랑했지. 갈색 구두를 신고 있는 사람이 곧 죽었어. 둘째 줄의 콧수염이 문상을 갔네.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는 동안, 그녀의 선언에서 깨어나지 못한 건 모자를 쓴 남자.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키는 중. 당신이 이쪽 세계를 바라보는 순간,
아, 거기! 뒤에 가려진 사람!
얼굴이 안보여.
당신의 이야기도.
터지는 기침을 막으려고 당신은 얼굴을 찌푸렸다.
김치!
라고 외치며 우리가 일제히
정면을 바라보는 순간,
불현듯 우리는 또다른 세계를 이해하였다.
그 긴 시간 동안 우리의 머리 위에
바늘처럼
쏟아지는 것이 있다.
이장욱 / 피사체
(이장욱, 생년월일, 창비, 2011)
'同僚愛 > 이장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장욱 「일관된 생애」 (1) | 2021.05.15 |
---|---|
이장욱 / 뼈가 있는 자화상 (1) | 2020.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