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물류창고」
2021. 1. 16. 11:45ㆍ同僚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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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서 잠이 오지 않아
나도 잠이 오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는 눈을 감을 수가 없어 어둠이 보고 있을 때는
잠을 이룰 수가 없어 잠은 엉터리여서
자고 있을 때는 어디를 다쳤는지 알 수가 없어
와인이 도움이 될 거야 잔을 부딪치는 것이 도움이 될 거야
나도 돕는다 같이 마신다
오늘은 머리를 서쪽으로 하고 누웠지
잠은 잘 있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몸이 줄어들어
자고 나면 몸이 다 사라질 거야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거야 이미 깨어 있어서
언제나 깨어 있어서
다시는 깨어나지 못해 아무도 나를 깨우지 못해
나도 그를 깨우고 싶지 않다
이윽고 환해서 아주 많이 환해져서 우리가 하는 말은 모두 틀려버릴 거야
그러나 아침이 오면
나는 아직 눈을 뜨고 있는 것 같다
이수명, 물류창고, 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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