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아는 사람」
2021. 4. 16. 16:11ㆍ同僚愛/조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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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은 지루하다고 말하는 영화를
나는 좋아해,
그렇게 말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다른 사람보다도 더 먼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아는 사람은
등 뒤에서 갑자기 나를 놀라게 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은
갑자기 해변이 되기도 하고
나는 아아, 하고 길게
아주 길게
눈앞에 서 있는 사람과 마주 선다
점심을 먹는 장면 속의 식당 주인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그 사람은 나의 선생님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음악이었을까
아니면 국어였을까
닮은 사람이라는 건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야
영화 속에서
나는 유창한 스페인어로 음식을 주문하면서
비로소 돌아왔어요,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걸로 되겠니?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은 잘 웃는 사람이다
아는 사람은
조금씩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나는 좀처럼 영화에 빠져들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머리를 짧게 깎고
낯설어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팝콘을 씹을 때
누군가가 허리를 숙여 앞으로 지나간다
조해주,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아침달,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