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주 「낭독회」

 

 

 

어두운 방에서 그가 책을 소리 내어 읽고 있었고 나는 눈을 감고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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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어둠을 낫게 할 수 있나요?

어둠은 견디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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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가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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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며 왼쪽에서 오른쪽 페이지를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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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를 견디는 나무가 다 뽑혀 나가지 않은 것을 일종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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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견디는 어둠이 다 휩쓸려 나가지 않은 것을 언어라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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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은 엉키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풀어지지 않는 것. 나누어지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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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과 손바닥이 겹치고 또 겹치다가

빈틈없이 메워지는 마음이 된다면 그것이 어둠이라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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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형태가 남아 있던 손이 몰래몰래 실을 얽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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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도 사라지지 않는 어둠.

촛불로는 녹지 않는 마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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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튼튼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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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이제야 어렴풋이 보이는 형체들. 목소리의 모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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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방 어딘가에 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from daniar ain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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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주,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아침달,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