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하 / 가족사진
2020. 2. 29. 09:17ㆍ同僚愛/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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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 가족사진
엄마는 밤새 빨래를 하고
할머니는 빨래를 널고 아버지는 빨래를 걷고
나는 옷들을 접고 펴고
동생은 입는다 덜 마른 교복
날이 새도록 세탁기가 돌아도
벽에 고인 빗물은 탈수되지 않고
멍이 든 두 귀를 검은 유리창에 쿵쿵 박으며
나는 계절의 구구단을 외고
동생은 세 살배기 아들과 기억의 퍼즐을 맞추고
할머니는 그만해라 그만해라 욕실을 들여다보시고
엄마는 죽어서도 빨래를 하고
팔다리가 엉킨 우리들은 마르지도 않는
지하 빨랫줄에 널려
아버지는 나를 걷고
나는 동생을 접고 펴고
동생은 입는다 덜 마른 아버지
이민하 / 가족사진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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