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빈 「밤의 팔레트」
노랑과 옐로는 언니였다가 누나였다가 원피스를 바꿔 입다가 넘어지기도 하지 그런 언니는 이미 샀는데 그런 누나는 이미 옷장에 물방울무늬야 착하지 동그라미는 동그라미인 척도 잘하지 무지개보다 레인보우에 가깝다는 이야기 만져보면 비슷할 수도 있어 견딜 수 없는 색깔을 골라보자 수염 난 축구공이 굴러간다 보건실에서 몰래 기다리는 짝꿍 남자애들이 웃으며 뺑뺑이를 타는 동안 지그재그 반복되는 재채기 생일에는 가족사진을 다시 그릴 수밖에 아무도 귀가 없어서 다행이야 노랑과 옐로는 너무 많은 밤을 오렸다 성별이 다른 별을 꿰매는 건 위험해 우리는 틀린그림찾기처럼 조금만 달랐는데 왜 아들은 두 글자일까 살아 있는 물방울들은 방금 다 외웠어 나와 언니를 섞으면 하얗게 된다 나에게 누나를 바르면 까맣게..
2022.04.20